바보 노무현

Posted 2009/05/23 13:40 by ashcr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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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아고라 '빨간푸들'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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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노무현 서거, 바보 노무현

  1. ddawoori

    | 2009/05/26 16:45 | PERMALINK | EDIT | REPLY |

    높은 곳에서 낮을 곳을 내려다 보는 것이 아니라.
    더 생생하고 정확하게 보기위해 내려올줄 아는 자세.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보다 큰 권력을 가진 강대국의 정상이 아니라
    자신에게 작은 권력을 준 국민임을 아는 정치인.
    원칙과 상식을 존중했던 유일한 대통령.
    지방이 다 같이 잘사는 나라를 꿈꾸고 실현하려고 했던 사람.
    저는 나름 남들이 말하는 '노빠'라서 슬픔이 더 하군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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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씨의 글

Posted 2009/05/23 12:51 by ashcr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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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 노무현 대통령의 추억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였습니다. 어느날 그의 열렬한 지지자인 이기명씨를 통해 전화가 왔더군요. 제 칼럼을 보고 저를 한번 보고 싶다 한다고. 여의도의 한식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고, 제가 철학을 공부했다는 말을 들으셨는지, 상대주의와 절대주의의 대립이라는 철학적 아포리아에 관한 말씀을 꺼내시더군요. 대화의 결론은, 자기 캠프로 와 줄 수 있냐는 것. 제 정치적 신념은 진보정당을 강화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데리고 있느니 차라리 밖에서 더러 쓴 소리도 하면서 그냥 놀게 해주는 게 아마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덧붙였지요.

두 번째 만남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후의 일이었습니다. 월간 '인물과 사상'에서 제게 노무현 후보 인터뷰를 해 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흔쾌히 응했고, 당시 민주당사로 찾아가서 1시간 반 정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번째 만났을 때는 같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저를 대하시는 태도가 약간 차가웠지요. 나름대로 준비를 해 간다고 해갔는데, 질문 몇 개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인터뷰를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요."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면서, 가끔 내 물음을 자기 스스로 고쳐서 묻고는 스스로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인터뷰를 풀어 보내준 녹취록을 다듬어서 '인물과 사상'에 실었지요. 그 기사, 다시 한번 읽고 싶네요.

그후로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부딪히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라크 파병 때에는 '부시의 푸들'이라고 강력히 비난을 하기도 했었고, 김선일씨 참수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여기에 옮기기 힘들 정도로 격한 표현까지 했었지요. 총선 때에는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는 유시민씨와 '사표 논쟁'을 벌이기도 했었고... 그가 한나라당과 싸울 때는 그를 지원하고, 그가 진보운동과 싸울 때는 그를 비판하고... 전반적으로는 그가 내세운 '개혁'의 정신이 퇴색되어가는 것을 비판하는 논조를 유지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는 진보와 보수 사이에 끼어 집권 기간 내내 낮은 지지율로 고생을 해야 했지요.

그에 대해 마지막으로 공식적 언급을 한 것은 퇴임하기 몇 달 전에 <서울신문>에 기고했던 것입니다. 그때 노무현 전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지요. 그렇게 투닥거리고 싸웠던 정적(?)에게 보내는 나의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대통령 단상/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지금이야 대통령 씹는 게 ‘국민 스포츠’지만, 한때 그는 희망이었다. 그의 지지자들이 비주류이던 그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나아가 대통령으로 만드는 드라마에는 감동적인 구석도 있었다. 케네디가 TV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면, 인터넷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최초의 인물이 노무현. 그의 당선엔 역사적 의미까지 있다. 노회찬 의원의 말대로 “노 대통령의 유일한 업적은 당선된 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그에게 큰 희망을 걸었던 이들은 크게 환멸을 느끼는 모양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에게 희망을 걸지 않았던 나 같은 사람들은 실망할 것도 없었다. 그 역시 미국의 명령에 따라 이라크에 파병할 것이고, 재계와 관료들의 권고대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여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동참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민생을 파탄시키는 중요한 정책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늘 공범이었다.

사실 순수한 지표를 놓고 보자면,‘경제를 살리겠다.´는 한나라당의 구호는 무색해 보인다.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에 달하고, 주가지수가 2000을 넘나든다. 그렇다고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한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이야 자기들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나,10년 전에 나라경제를 말아먹은 분들이 버젓이 그런 얘기 하는 것을 들으면, 그 얼굴 가죽으로 구두를 만들고 싶은 엽기적 충동을 느끼게 된다.

우울한 얘기지만, 앞으로 경제가 성장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1인당 GDP가 늘어날수록 삶은 불안정해지고, 양극화는 심해질 것이다. 때문에 올해 대선에서 누가 권력을 잡든,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다.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크고, 환상이 크면 환멸도 큰 법. 서민의 삶이 힘든 것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나아가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정책의 필연적 결과다.

별로 인기는 없지만, 노무현 정권이 한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권위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그의 가장 큰 업적이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을 바꿔야 한다.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삽질하던 시대의 권위주의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곧 생산력이 되는 미래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계급장 떼고 토론하려 드는 대통령의 체통 없는 태도에는 평가해줄 만한 구석이 있다.

사실 대통령 씹기가 국민스포츠가 된 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 대통령은 너무 서운해할 것 없다. 사실 노 대통령처럼 노골적으로 무시당한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그를 향해 쏟아 부은 정치권의 험담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 그들은 자신을 뭐라 평가할지 모르나,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여야를 통틀어 노무현만 한 교양 수준을 갖춘 사람은 유감스럽지만 단 한명도 없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수준을 보라. 여당은 대통령 보고 탈당하라 해 놓고, 정작 탈당을 하니 자기들까지 덩달아 탈당하는 코미디를 연출한다. 한나라당은 삽질하던 시대의 흘러간 유행가를 경제회생의 비책이라고 내놓고 싸움질에 여념이 없다.2007년 대선은 2002년에 비해 수준이 대폭 떨어질 모양이다. 행사장에서 피켓 들고 폭행을 하는 행각. 적어도 2002년 대선에 그런 추태는 없었다.

초기 노사모에는 건강함이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을 ‘감시’하겠다는 약속을 깸으로써 노사모는 친위대 수준으로 타락해 갔다. 과거에 인터넷은 그의 가장 든든한 기반이었다. 하지만 거기서도 괜찮은 지지자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황우석을 우상으로 떠받드는 정신 나간 이들만 남아 그들 특유의 고약한 매너로 주위 사람들에게 대통령에 대한 악감정만 부추기고 있다. 대통령의 신세가 참으로 한심해졌지만, 그는 언젠가 다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2007/08/02
 
그가 도덕적으로 흠집을 남긴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지만, 전과 14범도 멀쩡히 대통령 하고, 쿠데타로 헌정파괴하고 수 천억 검은 돈 챙긴 이들을, 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기려주는 이 뻔뻔한 나라에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은 낯이 덜 두꺼운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은 내가 만나본 정치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분이었습니다. 참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흐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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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진중권 씨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마지막 문장만큼은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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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노무현 서거,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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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 잊어가는 것

Posted 2009/05/13 22:01 by ashcr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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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것, 찾아보아야 할 것은 쌓여 있기만한데 이상하리만치 어느 하나에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개선이 시급하다 정말로. 뭐, 이런 적 한 두 번이겠냐마는. 인생이 뭐 원래 그런 거 아니겠냐마는. 근데, 그게 참 이상하다. 말하자면, 계절을 타거나 누군가와 얽히거나 말 못할 난관에 부딪히거나, 아니면 이미 식상한 레퍼토리가 된 진로고민을 한다거나 하는 그런 게 하나도 없다. 마음도 편안하고, 딱히 뭐 우울할 일도 없고.

오늘도 뭐 그랬다. 그냥. 노트북 위에서 부유했다. 그러다 어찌 어찌해서 프리챌에 로그인을 하고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동기 커뮤니티. 한창 커뮤니티가 유행하던 시절에 활성화됐던. 지금은, 시간이 지나 아무도 찾지 않는다. 프리챌을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이유도 있다. 근데 사실 '고등학교 동창' 이라는 게, 그때의 기억과 관계라는 게. 어쩌면, 서로 연락할 일 없는 지금의 우리 낡은 관계처럼. 비슷하다.

시간의 흐름 만큼이나 내가 발딛고 있는 공간도 거대하게 변화된 느낌이다. 점점 사회적 밀도가 높아진다. 수많은 사람이 오고, 또 간다. 영화를 빠르게 재생해 놓은 것처럼 알 수 없는 말들이 빠르게 오고, 또 간다. 피상성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대학에 들어오면 누구나 한 번쯤 번민하던 그것조차도 식상해 보인다. 그런거지 뭐. 쉽게 말해 "여보쇼, 그렇게 생각하면 다들 잠재적 사기꾼이게? 아니잖아. 좋은 사람 많다고-" 식으로. 

그게 아니라면. 음.. 그냥, 산다는 것 자체가 무엇을 항상 잊어가는 과정이라는, 그런 생각을 해봤다. 슬프지 않은가. 어울려서 행복했든, 융화되지 못해 불편했든 간에 어차피 잊게 될 순간들을 살았다는 게. 각자 너무 좋아하는 마음에 서로 써내려갔던 인물평, '대학문제' 혹은 '연애비리'와 같은 흔해빠진 익게 전용 소재들을 놓고 치고받고 싸우는 익게 속 다이내믹 등을 찬찬히 훑어보며, 나에게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때 사람들의 얼굴, 아니 그것보다는 다양한 표정들이었다. 왁자지껄한 관계들이 표정으로 축소되어 과밀하게 모여있는 것 같은. 오랫동안 버려두어 형상만 겨우 알 수 있는 빛바랜 사진을 죄스럽게 펼쳐놓은 것 같았다. 그 기분이라는 것을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무슨 드라마에서 묘사하듯이 가슴 뭉클한 성격의 무엇은 아니었다. 차라리 좀 씁쓸함에 가까웠다고 해야할까. 때문에 '공동체의 소중함' 따위와 같은 것은 더욱 안중에도 없었다. 나, 너무 씨니컬한가.

다른 한편, 그런 면에서 사이버 커뮤니티는 매우 유사 휴머니즘적 공간이면서도 인간의 기억을 다루는 인지구조에는 들어맞지 않는 디바이스일 뿐이라는 했다(이와 관련해 떠도는 학문적 개념이 있었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람의 인지 구조 속에서 자연스레 배출되는 것이 그 공간에서는 또 아무렇지 않게 저장처리가 된다. 차라리 저장되지 않았음이 더 좋았을 것도 분명 있었을텐데. 아무튼.

이유를 생각해본다. 순전히 게시판에 스며있는 언어들이 낯설게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또 너는 언제 이런 말을 했었을까. 이 때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그때엔 우리는 절실했는가. 또 지금의 나는 누군가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가. 

다시, 고상한 영어로 쓰여진 텍스트를 펼친다. 발제 구상을 한다. 내일 고려대에서 있을 심포지움에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생각한다. 이후의 스케쥴을 생각한다.

그냥. 정리되지 않는 기억 모든 것이 덧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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